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 생각의 힘 | 2015
소리 내어 읽어봄으로써 못난 글을 알아보는 방법은 지극히 단순한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어는 말과 글이다.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입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글말)이 된다.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p.175
토박이말을 많이 쓰는 것이 의사소통에 꼭 편리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언어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철칙이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즐겨 쓰면 그것이 표준이 된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범위를 넘어 토박이말을 지나치게 많이 쓰면 의사소통을 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는 데 장애가 생긴다. p.185
단문 쓰기만큼 중요한 것이 어휘 선택이다. 말하려는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려면 '꼭 맞는 단어'를 써야 한다. '꼭 맞는 단어'란 '뜻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앞뒤에 있는 단어들과 어울려 자연스럽고 멋진 표현을 만드는 단어'를 말한다. 그렇게 그을 쓰려면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한다. 어휘가 부족하면 같은 단어와 표현을 반복해서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글이 음표와 멜로디가 몇 가지만 있는 노래처럼 지루해진다. p.204
단어의 궁합, 표현의 자연스러움은 '안다'기보다는 '느끼는' 것이다. 왠지 어색하면 무엇인가 어긋나 있다고 봐야 한다. 어색한 표현을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은 독서를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 p.205
우리는 어휘의 무늬 또는 뉘앙스를 특별히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말을 익힐 때 문장 안에서 단어를 익혔기 때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현을 만나면 저절로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어색하게 들리는 말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말이다. 그런 말은 나도 쓰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래서 언어학을 전혀 몰라도 '아름다운 몰골'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다. p.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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