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시민의 조건
미래 시민의 조건 | 로버트 파우저 | 세종서적 | 2016
미국 사람에게는 '공산당'이라는 말이 무섭게 들리지만, 일본 공산당은 평화 헌법을 지키고, 서민에게 부담이 큰 소비세에 반대하며, 어렵게 사는 계층을 위한 복지 확대에 관심이 많다. 일본 공산당이 꿈꾸는 국가상은 유럽식 사회 민주주의 국가인데, 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우선하는 자민당에 대조되는 목소리로서 공산당은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재일 한국인의 인권을 지켜야 된다고 주장해왔고, 일본의 제2차 세계 대전의 책임을 물으며, 이웃 나라와의 화해를 주장해왔다. p.70
일본은 몇천 년 동안 아시아와 가까운 섬에서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문화권과의 교류를 통해 자국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도 '일본'이라는 기둥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p.75
(민주화 운동의) 핵심은 말 그대로 민주화인데, 그것은 자유선거, 표현의 자유 그리고 인권 존중이었다.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고 그 후 자유선거를 치르면서 민주화 운동은 성과를 얻었고 1997년에 역사상 첫 번째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처럼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깊은 심리적 문제까지 해결된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자유선거가 성공하면서 더 뿌리 깊은 인권과 권위주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그러한 맥락에서 권력과 부의 집중, 즉 '강남'의 분배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p.137
현재 한국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은 아직도 1980년대의 '독재 타도' 방법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지 못하고 감정적 사건에 반응하거나 감정적 이슈를 찾아내 떠든다. '강남'의 특권을 유지하는 세력은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무시하고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
(중략) 따라서 중요한 것은 1980년대 식의 가두시위나 2000년대 식의 촛불 집회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승리하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를 암시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 시대에 광화문에서 100만 명이 모여 '민의'를 보여줘도 영향력이 별로 없고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p.141~142
각각의 언어마다 사용하는 사람의 문화와 독특한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한 언어로 쉽게 통하는 농담은 또 다른 언어로 하기 힘들다. 게다가 한 언어 안에서도 방언마다 조금씩 달라 분위기도 다르다. 그런 까닭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언어를 매일 사용하면 그 언어로 산다고 말할 수 있다. p.150
과거보다 더 부유한 민주 사회에서 자란 20~30대의 새로운 가치관의 핵심은 개인주의다. 즉 집단보다는 개인의 자아가 먼저이고, 그 자아의 선택에 따라 집단에 속한다. 한국에서 심한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은 자아가 약하고 집단주의가 강한 기성세대와, 자아가 강하고 집단주의를 꺼리는 젊은 세대의 의식 차이이다. 근본적으로 이것은 후진국과 선진국 그리고 독재 국가와 민주 국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p.176
대한민국의 국가 기반이 '민족'에서 '가치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나라가 있지만 나라보다 민족이 중요하고, 민족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집단주의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낡은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핵심의 가치관으로 삼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19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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