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안에서 타인을 증오하지 않기 위해선 거리가 필요하도 거리를 두려면 돈이 필요하다. 일등칸, 특등석, 방음되는 집, 별장... 부자는 골프장에서 지식인은 연구실에서 중산층은 차나 택시 안에서 요령 있게 지옥을 비껴간다. 하층민, 빈자, 이주민끼리 좁은 공간 속에서 매일 부대끼다 보면 무뎌지거나 싫어지거나 둘 중 하나.

돈이 없으면 증오는 물론 예민할 권리도 없다. 버는 만큼만 예민해질 수 있다.

이 원칙을 깨고 싶다. 없이 살면서도 모를 다듬지 않고 모난 대로 세상에 찍히고 모난 데로 세상을 찍고 싶다. 찍어버리고 싶다! p.39


언어를 배울 때만큼은 누구에게나 겸손해진다. 다른 대안도 없기에. 누구에게서든 어디서든 배울 수 있기에. p.51


아이는 절실히 깨닫는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여럿이 하면 넘어가고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남들 안 하는 걸 하면 걸리는구나. 결국 다수와 소수의 문제구나. p.69


고통의 영화관...

가만히 앉아서 재미 보겠다는 사람들이 훌륭한 인품을 지녔을 리 만무하다. 열에 아홉은 무뢰한. 늦은 도착, 앞자라 툭툭, 바스락바스락, 쩝쩝, 조잘조잘, 쪽쪽, 거친 숨소리, 수시로 핸드폰 꺼내 보기, 그리고 이 모든 걸 한꺼번에. p.77


우리가 안전망을 벗어난 이들이 겪는 사고, 부적응, 실패를 목격할 때, 입 밖으론 못 꺼내고 속으로만 쉬는 안도의 한숨. 타인의 불행이 곧 내 행복, 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안녕을 환기시켜주긴 하죠.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를, 현명하신 분들 말을 듣기를 정말 잘했구나.' p.84


햇볕 들고 난방되고 인적 없는 자리는 아무리 일찍 와도 뺏긴다. 머리맡에 책 한 권 안 놓고 당당히 처음부터 끝까지 잠만 잔다. 게으르기 위해 저렇게 부지런하면 두 손 들 수밖에. p.100


괴테는 여럿 자살시키곤 여든 넘어 잘만 살았지. p.100


시라는 건 알 수 없는 와인 같은 것. 이름을 가리고 맛보면 싸구려와 진짜를 착각하지. 대부분은 와인처럼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지. 과하게 예민한 사람만 알아보지. p.102


안다. 아무도 안 괜찮다는 걸. 그렇다고 거짓말은 아니다. 표현할 말이 없는 것뿐. 말은 표현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괜찮냐고 묻고 괜찮다고 답하라고 있다. p.115


목표는 하나: 쓰레기가 되지 말자.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으니. 적어도 덜 쓰레기가 되자. 나부터 덤이라는 걸 인식하자. 인식했다면 더 인식하자. 나를, 다시 말해 쓰레기를, 줄이자. p.124


인간은 누구나 혼자지

하지만 어떤 인간은 더 혼자지. p.126


혼자라는 건 얼마나 아늑한지

사실 그 점이 진짜 문제지. p.127


동물 중에 유일하게 사람만 자살할 줄 안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것이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다. 느린 자살, 삶.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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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이 책은 소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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