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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2020.01.12 23:50
  • 冊 - 밑줄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 달 | 2019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사랑에는 언제나 한 방울의 연민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p.12

 

무슨 일이든지 애를 써서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존경심과 안타까움.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해냈지만, 해낼 테지만, 그 후 존재에 남는 흔적은 어떻게 하나. 간절함을 품고 행한 뒤, 존재에 내리는 것. 그것은 뭐라 불러야 할까? 지나치게 애를 쓰는 일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p.28~29

 

'절대로'란 말을 남발하는 시기는 축복받은 시기다. 때가 되면 온다.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마는 시기가.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마는 시기가. '절대로' 뒤에 이러저러한 마음을 세워보고 몸서리치던 어린 나를, 한 치의 의심 없이 코끝을 높게 올리고 무슨 맹세처럼, 혼자 중얼거리던 내 어린 마음을 가련하게 여기는 때가 온다. 때가 되면 온다.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얼마나 쉬이 변하는지, 변할 수밖에 없는지. 이제 나는 '절대로' 뒤에 어떤 말도, 어떤 마음도 함부로 세우지 못한다. p.49

 

누군가의 슬픔을 알면, 정말 알면, 무엇도 쉬이 질투하게 되지 않는 법이니까. 어려운 형편은 모르고, '좋아 보이는' 면만 어설프게 알 때 질투가 생긴다. p.58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선물 자체가 아니다. 선물(마음)을 주고 싶어하는 상대의 '자세'다. 네가 좋아하는 것, 그거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데! 이런 말. 말이 전부다. 그게 선물의 시작이다. '말이면 다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이도 있겠지만, 글쎄. 나는 어기더라도, 우선 다정한 말을 건네는 이에게 마음이 간다. 내겐 말이 다다. 쏘아붙이거나 소리치지 않고,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 말로 사람을 우선 끌어안는 것, 그게 다정함이다. p.159

 

가난은 아무데서나 불거지는 것, 숨기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것이다. 불쑥. 그게 뭐든, 나오지 않으면 좋았을 게 튀어나오는 것. p.162~163

 

누가 누구를 더 잘 아는 것(그것도 불가능하지만 안다고 치고), 그게 권력이 될 수 있는가? 아는 게 권력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굳이 권력을 논하자면 사람을 아는 게 권력이 아니라 끌어안는 게 권력이다. 그 사람을 끌어안고, 품고, 아끼는 것. 그때야 그 사람에 대한 지분이 생기고, 무언가 말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때 권력은 무지막지한 힘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풀고 풀밭에 드러누워 기다리기'와 같은 권력이다.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고독에 대해, 당신에 대해 내가 다 알지 못하더라도, 혹은 조금 안다 해도 '알은체'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권력. 절대 권력이지. p.179

 

이번 새해에 제 소원은 '도도해지기'입니다.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만 하는 삶을 꿈꿉니다. 물론 실패할 거예요. 아마도 싫은 일을 좋아하는 일보다 조금 더 많이 하겠죠. 누군가를 p.219~220

 

부족하다. 물론 부족하다. 그의 행동이 흡족함을 끌어내진 않는다. 내게는 모자라고 못마땅한 부분도 보이지만 어느 부부가 모든 것에 '만족'을 느끼며 살까. 본래 저이의 모습, 생김을 헤아려보니, 그도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는 게 비로소 보인다. p.230

 

삶의 도식성과 우월감, 그건 남자들이 '본의 아니게' 장착하고 태어나는 거다. 인간의 기본값으로 설정된 성을 쥐고 태어난 남자들에겐, 그야말로 몸에 밴 것이다. 아니라고? 나도 그런 말이 하고 싶다. 그런 건 없다는 말. 공평하다는 말. 빈곤감에 시달렸으므로. 글쎄? 당신과 골백번 잠자리를 가졌어도 내 몸은 닳지 않으며, 내몸은 조금도 너덜너덜해지지 않으며, 내 몸은 당신 것이 아니라 내 것이고, 당신과 골백번 잠자리를 가진다 해도, 당신은 나에 대한 의무감 따위는 갖지 않아도 된다고, 하루 온종일 설명한다고 해도, 설사 알아들었다고 해도! 그들의 도식성과 우월감이 사라질까?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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