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하는 마음
문학하는 마음 | 김필균 | 제철소 | 2019
박준 / 무엇에 대해 사유하거나 쓰려면 삶이 주는 자극과 경험이 선행되어야 해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혼자 쓰라고 하면 저는 못 써요. 아마 이것은 제가 쓰는 글의 보편성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시는 대부분의 독자들과 비슷한 양식의 삶을 살아야지요. 아침저녁으로는 출퇴근길에 시달리고 월요일을 싫어하는 대신 금요일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저는 삶의 비루를 계속 느끼면서, 계속 시를 쓸 것 같아요. p.84
고재귀 / 학생들에게 이런 농담을 해요. 빌딩이 있는 사람이 희곡을 쓸 수는 있지만 희곡을 써서 빌딩을 살 수는 없다고. P.162
윤이수 / 지금은 웹소설 쓴다고 하면 '부자겠네?'라고 해요. 수입이 오픈되면서 생긴 변화예요. 그런 인식의 변화가 저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열심히 쓰면 먹고사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분야가 웹소설이거든요." p.217
윤이수 / 그런데 돈 보고 뛰어듬련 힘들어요. 돈 때문에 하라고 하면 하루에 네 시간 자면서 일 못 해요. (중략) 돈 벌려고 웹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도시락 싸 들고 쫓아다니며 말리고 싶어요. 돈만 보고 하기엔 정말 힘든 직업이거든요. 자기가 좋아서 해야 해요. 그리고 그렇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작품에서 티가 나요. p.218
윤이수 / 마지막으로는 강인한 멘탈! 웬만한 악플쯤은 훗, 하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멘탈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아요. p.222
신형철 / 약속보다도 글의 오나성도가 더 중요한 거예요, 저한테는. 저는 다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런 게 어딨냐. 마감 때가 되면 글을 그냥 보내야지.'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아니, 준비가 덜 됐는데? 글이 아직 엉망인데?' 그랬더니, '그건 네 사정이고. 거기서 무슨 엄청난 걸작을 원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기대치가 있으니까 그 기대치에 맞춰서 글을 주는 게 프로지. 너의 걸작을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 내가 뭔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어요. p.233
신형철 / (마감을 못 지키면) 괴롭죠. 근데 그 괴로움하고, 유치한 글을 보낸 뒤의 자괴감... 그러니까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스트레스의 괴로움 중에서 후자가 더 큰 거예요. 이게 이기적인 거죠. 다른 사람의 괴롱뭉르 희생해서 나의 괴로움을 피하려고 하는 거니까요. P.234
신형철 / 저는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라고 해요.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잘하는 일을 해야 칭찬을 받잖아요. 사람은 칭찬을 받아야 사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능이 있다고 느껴질 때는 밀어주고 싶어요. P.249
금정연 / 10프로의 법칙 같은 게 있잖아. 어떤 분야에서든 10프로만 볼 만하다는. 나머지 90프로가 있어서 그 10프로도 있는 거긴 하지만.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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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은 책. 웹소설 업계에 한 발 걸치고 있다 보니 윤이수 작가 인터뷰를 제일 흥미롭게 읽었고(웬만한 악플쯤은 훗, 하고 넘길 수 있는 멘탈!!), 마감에 관한 신형철 평론가의 태도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번역은 마감이 생명... 붙들고 있으면 좋은 번역이 나온다는 거, 물론 안다. 나도 알고, 업체도 알고, 관계자도 알고, 시청자도 알고, 독자도 알지만 그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한 듯. 아무튼 이 바닥에서는 속도감 있게 일정 분량을 뽑아 내면서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정도의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일정한 퀄리티' 유지를 위한 노력은 물론 필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