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위근우 | 시대의 창 | 2019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에, 성별, 피부색, 성적 지향 등 생득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여성이라 돈을 덜 받고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포기해야 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에 반대한다면 우리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하면 좋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확장된 규칙이 아니라, 인간은 존재하는 그대로 존엄하며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한 줌의 도덕이다. p.18

 

기혼 인구가 기득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혼을 강요하는 이들은 기득권이 맞다. 진짜 기득권은 결코 압제자의 얼굴을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자신들의 입장을 보편적인 것으로 올려놓으면 그만이다. p.84

 

꾸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꾸밈을 하는 자유는 허구적 자유일 뿐이다. p.91

 

민주주의는 성군을 뽑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암군이 집권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투표는 투표 승자가 모든 것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표한 이들의 민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고 존재하는 것이다. 양당재 구도에서 정의당 같은 진보 정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을 무임승차나 사표로 규정하는 것보다 그들의 목소리가 그럼에도 어떻게 구심점을 ㄱ자고 여론이 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훨신 생산적이고 민주적인 사고다. p.120

 

권력이 있는 쪽은 굳이 과격한 언어를 쓸 필요조차 없다. 사실 그것부터 불평등이다. 기울어진 공론장을 바로잡기 위해선 기계적 평등의 언어보단, 기울어진 축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의 언어가 필요하다. 공론장 안에서의 합리적 논의가 문제 해결의 방법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을수록 바로 그 합리적 논의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싸움과 과격함을 수비게 비난해선 안 된다. p.132~133

 

'뉴스는 팩트다'라는 말은 '뉴스는 팩트여야 한다'는 뜻이어야지 '뉴스는 팩트면 된다'는 뜻이어선 안 된다. p.149

 

풍자가 권력자를 향해 올려치는 주먹이라면, 그것은 통렬한 만큼 정확한 위치를 겨냥해야 한다. 무능함에 대한 비판이 장애인에 대한 비하로, 여성 정치인에 대한 혹평이 여성혐오로, 정치권력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정치 자체에 대한 냉소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실패한 풍자이며 실패한 개그고 실패한 웃음이다. p.202

 

예능에서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뽑아 보겠다. 병X이나 동네 바보 등의 장애인 비하, 천생 여자와 상 남자 등의 성별 이분법, 무식 배틀, '야동' 언급, '시꺼먼스' 류의 인종차별, 아동 출연자에 대한 러브 라인 자막. 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