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34
#등산(아니고 산책)과 함께한 가을
동거인의 재택이 끝나고 정신을 차려 보니 3kg이 착실히 적립... 말로만 듣던 '확찐자'가 내가 되었더라. 그리하야 9월 중순부터 시작한 등산. 10월에는 날씨 좋은 날이 많아 더 열심히 다녔다.
동거인과 연애하던 시절, 벚꽃 구경 갈 곳을 물색하는데 '안산' 어떠냐고 해서 "경기도 안산이요?" 했는데, 서울에도 안산이 있다고... 그 안산이 우리 집 뒷산이 될 줄이야. 데크로 깔린 자락길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 삼아 운동 다니긴 좋은 곳이다.
아침에 가면 이런 하늘을 못 보는데, 낮에 가면 이런 하늘도 볼 수 있다. 주구장창 비만 내린 올여름을 보상하듯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던 가을.
서대문 형무소 뒤편, 자락길 올라가기 전에 만난 단풍.
처음엔 길 알아둘 겸 여기저기 다녔는데, 이제는 1시간 코스로 정해진 루트만 다닌다. 유명한 메타쉐콰이어 길과 전나무 숲은 내가 다니는 코스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딱 한 번 가 봤고, 정상에 있는 봉수대도 주말에 딱 한 번 가 봄.
날씨가 더 추워지면 못 가겠지만, 갈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다녀야지! :)
#꽃
어째 꽃은 결혼하고 나서 더 자주 받는 것 같다. 요건 100일 됐을 때 받은 꽃. 국방부 근처에 있는 꽃집이라는데 여기 꽃이 예쁘고 오래 간다. 꽃집 유목민에서 여기로 정착했다고. 100일이라고 특별히 카드도 써 줘서 (악필이지만) 감동하며 읽었다.
이건 드라마 마감하고 받은 꽃. 드라마 마감은 워낙 자주 돌아와서 최종 마감이라 해도 별 감흥이 없는데, 그래도 꽃 받으니 좋더라. 모처럼 첫화부터 마지막화까지 풀로 번역했지만 정말 노잼이어던 드라마ㅋㅋ 시원섭섭하지 않고 시원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시대의 뮤지컬 관람
추석 때 같이 본 뮤지컬 <모차르트> 브이라이브. 동거인은 영상으로 보면서도 '황금별' 들을 때마다 눈물을... 24시간 다시보기가 가능해서 이틀 저녁 열심히 들었다. '황금별'이랑 '어떻게 이런 일이'는 몇 번씩 돌려 봤던지. 4만원이 아깝지 않은 관람이었고, 뒤늦게 배송된 AR 포토카드와 캐스트 엽서는 사실 무쓸모였다.
#집들이(feat.라라관 마트)
코로나 2.5단계의 여파로 9월 생일자의 생파가 10월로 미뤄졌고, 그 장소가 우리 집이 됐다. 우리 집 집들이를 겸한 생일파티. 미니 인덕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지만 서비스로 받은 거라 그냥 쓰기로:)
라라관에서 마파두부랑 쑤러우는 몇 번 시켜 봤지만 훠궈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만두랑 멘보샤, 쑤러우도 준비했으나, 30분 늦은 친구 때문에 식어서 맛이...ㅠㅠ 그래도 훠궈는 짱짱 맛있었고, 너무 매우면 희석시키려고 사골곰탕 육수를 준비해 놨지만 다들 마라 고수라 그대로 먹었다.
훠궈 먹고 크로플과 함께 케이크랑 커피 먹고, 이틀 전에 동기들이 먹다 남기고 간 마카롱도 먹고, 라라관에서 서비스로 보내 주신 밀크티도 나눠 먹고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7시가 넘은 시간... 12시에 모였는데ㅋㅋㅋㅋ 다들 맛있게 먹어 주어 즐거웠던 하루.
7시간 넘게 먹고 마신 결과로 난장판이 된 주방ㅋㅋㅋㅋㅋ 주방 타이머는 영업도 안 했는데 너무 예쁘다며 2명이나 사겠다고 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살림템들을 영업하여 성공했다고 한다. 의외로 영업에 소질 있는 새럼.
#인스타 라이브
리브레리아 서점원Q의 북클럽 인스타 라방이 있던 날. 원래는 번역하면서 볼까 했는데, 역시 번역하면서 라방을 듣는 건 불가능... 마침 아버님이 갖다 주신 대게가 있어서 대게 살을 바르면서 봤다. 간간이 맥주도 마시고. 역시 방송 볼 땐 단순노동이 최고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라방. 이날은 마감을 못 끝내서 일하면서 봤다. 양다솔 작가님 진행이 너무 유쾌해서 사 놓기만 하고 아직 안 읽은 <간지럼 태우기>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대게파티
라방 보면서 바른 대게살로 며칠 동안 대게 파티. 어찌나 많이 가져다 주셨는지 두 마리를 바로 얼렸는데도 며칠을 먹었다. 대게살죽, 대게라면, 대게볶음밥, 대게살 계란찜, 대게살 계란말이 등등 요것조것 다양하게 해 먹었다.
#관악산 등반
동기들과 함께한 관악산 등반. 관악산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생수 한 병 외에는 아무것도 챙겨 가지 않아 올라가다 보니 허기가 졌지만... 그래도 낙오자 없이(전체 인원 3명 주의) 무사히 정상까지 등반 성공!
생각보다 험한 바위산이라 낑낑대며 올라갔지만, 매일 안산을 오르내린 덕분인지 다리는 딱 하루 아프고 말았다. 동기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사진도 남기고ㅋㅋ
#등산엔 막걸리
관악산 등반을 마치고 샤로수길에서 먹은 저녁. 워낙 허기가 져서 뭘 줘도 맛있게 먹었겠지만, 검은콩 막걸리는 정말 꿀맛. 유통기한이 10월 32일??인 게 좀 웃겼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11시가 훌쩍 넘었더라. 앞으로 분기별로 한 번씩은 등산 다니자는 약속과 함께 훈훈하게 마무리.
#인스타 버터
인스타용 갬성 사진에 꼭 등장하는 라콩비에트 버터. 시류에 편승하여 한번 사 봤는데 31개가 왔다??ㅋㅋㅋㅋㅋㅋㅋ 15개는 바로 냉동하고 15개는 냉장고에 두고 먹으려고 나눴는데 아무리 세어도 31개인 거라... 뭐시냐고ㅋㅋ
나는 원래 버터 하나 사면 절대 유통기한 내에 소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늘 소분된 걸 사는데, 그런 의미에서 라콩비에트는 소분되어 있음에도 유통기한이 짧다. 맛있는 버터임에는 틀림없으나 버터계의 에르메스?는 좀... 재구매는 없을 듯.
#시동생 방문
갑작스러운 시동생의 방문. 워낙 노견이라 애견호텔에서도 안 받아 줘서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가엾은 사연이... 노견이라 체력이 떨어지면 축 늘어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처음엔 우리 집에서 임종 맞이하는 줄 알고 식겁했다. 며칠 지내다 보니 몇 시간씩 늘어져 있어야 그나마 체력을 회복해 돌아다니는 듯ㅠㅠ 첫날은 자리를 옮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여기저기 똥 싸고 난리도 아니었는데(덕분에 미루고 미루던 도비세트 구입), 적응하고 나니 나름 잘 지냈다.
동거인은 침대 위로 뛰어올라와 자신을 괴롭혀대던 강아지가 어느새 이렇게 늙어 다리도 제대로 못 쓰고, 귀도 잘 안 들리고, 앞도 잘 안 보이는 걸 보고 계속 짠한 마음이 든다고ㅠ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시동생님ㅠㅠ
#내 사랑 카오위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마라 먹으러 출동!
중딩 때 친구됐다가 20대 중반에 모종의 이유로(?) 절교하게 된 지 어언 10년인 친구 둘이 내 결혼식장에서 재회하고,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로 서로의 안부만 안 지 어언 20년인 친구들이 내 결혼식장에서 만나 친구가 되어 다 함께 마라를 먹으러 가게 되었다. 마라 멤버가 늘어 더 다양한 음식을 시킬 수 있어서 모두가 행복해하는 중.
집 정리하는 대로 마라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어느 정도 사람 사는 꼴을 갖췄더니 코로나 2.5단계가 찾아와 기약없이 미뤄지다가 드디어 가게 됐다.
카오위야 뭐, 말해 뭐해. 일단 한번 잡숴 봐.
#할로윈 또는 핼러윈
동거인이 핼러윈이라며 사 온 초콜릿. 나이 든 우리가 핼러윈을 왜 챙겨ㅋㅋ 몰드 모양은 유치하지만 라쁘띠메종 초콜릿 맛은 보장된 맛.
#홈파티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동기들과는 주로 집에서 만나고 있다. 일단 한번 모이면 최소 5시간은 떠들어야 하는 우리 특성상 마스크를 끼고 대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그렇게 오래 있는다는 건 또 불안해서 걍 집에서 본다.
이런 홈파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위치가 서울이어야 하고(이놈의 서울 중심주의ㅠ), 5명이 편히 앉을 만한 공간이 있어야 하며, 우리 외의 구성원이 그 공간에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나를 제외한 4명은 현재 비혼이거나 미혼 상태라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거나 집이 좁다. 물론 우리 집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가족 구성원인 동거인이 누군가를 집에 들이는 걸 싫어한다면 이 모임이 불가능할 텐데, 다행히도 동거인은 늘 집에 혼자 있는 나를 안타까워해서(나는 집에서 일하는 건데?) 친구들이 놀러 와 같이 시간 보내는 걸 반긴다. 그리하야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내가 결혼식을 올린 후 우리 모임은 80% 이상 우리 집에서 진행됐다는 후문.
어차피 배달 음식을 시킬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집 주인으로서 손님맞이를 위해 요즘 유행이라는 말표 흑맥과 곰표 밀맥, 꼬북칩 초코 츄러스맛을 준비해 놓았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표 흑맥은 대체로 합격점을 주었으나 꼬북칩은 우리 입맛에 안 맞는 것으로. 두 봉 사서 한 봉 뜯었다가 그중 절반이 남았고, 남은 한 봉은 여전히 우리 집 식탁 위에 있다.
친구가 사 온 아우어베이커리 빵과 밀크티, 빌리엔젤 조각 케이크, 배달시킨 쉑쉑버거가 어우러져 풍성하고 느끼했던 홈파티:)
#위시 리스트
오랜만에 갖고 싶은 게 생겼다. 베란다 확장 공간에 놓고 싶은 원목 테이블. 사실 결혼 전부터 사고 싶었던 건 커다란 우드슬랩 테이블인데 막상 베란다 확장 공간을 보니 생각보다 좁고 기둥이 있는 데다 에어컨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우드슬랩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포기하고 살았지만, 노트북과 모니터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는 책상 외에 다른 테이블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무엇보다도 식탁의 노란 조명 아래에선 사진이 예쁘게 안 나와ㅠㅠ
그러던 차에 저 테이블을 보게 됐다. 의자 등받이랑 테이블의 선이 딱 맞아떨어지는 게 마음에 쏙 든다. 하지만 우리 집에 어울릴지 확신도 안 서는데 무턱대고 사기엔 너무 거금이라... 동거인은 일단 쇼룸에 가서 실물을 확인하고 결정하자고.
저 원목 테이블은 과연 우리 집으로 올 것인가 말 것인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즐겨 듣는 팟캐에 갑자기 최지은 작가님이 잇달아 게스트로 나오셔서 더더 재미있게 들었다.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61화
최지은 -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어려운 감정도 있지만, 정말 충만하고 행복하고 기적 같은 것들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걸 보면 이 사람하고 그런 경험을 해 보면 그 순간에 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아직도 할 때가 있어요. '아마 그럴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런 생각도 하는 거죠. 그러나 나는 굉장히 힘들어할 것이다. 좋게 느끼는 그 순간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들을 견딜 때 내가 힘들어할 사람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아는 거죠.
내가 자주 하는 생각. 셋도 정말 좋을 거야, 부모님들은 또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너무 힘들 거라는 게 눈에 보인다.
최지은 -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저는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어떤 식으로 가정 내의 권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독립된 경제력 외에는 그 답을 찾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상대의 애정이라는 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 돈을 가지고 있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돈이 없을 경우에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지긴 하죠.
잊지 말자, 독립된 경제력!
<혼밥 생활자의 책장> 175화~176화
김소영 - 남편이랑 지내는 게 되게 좋은데, 그럼 둘이 있어도 좋은데 셋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나는 왜 마음이 거기까지 가진 않을까, 이런 것에 대해서 내가 뭔가 부족한가? 남들은 자연스럽게 결정을 내리는데 주저한다는 걸 내가 정말 어른들 말씀처럼 이기적인 건가 그런 고민은 계속 했죠.
나도 하는 고민. 동거인이 확고한 딩크가 아니었다면 정말 흔들렸을지도.
최지은 - 재미있는 게 남자들은 아이 없이 사는 삶을 생각보다 쉽게 수용해요.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때에도 여성은 계속해서 괜찮은가, 내가 문젠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남자들은 왜 그렇게까지 걱정하느냐는 말을 한다는 걸 전 인터뷰 할 때도 많이 들었어요.
(애를 낳는) 이 과제는 정말 여성이 자기 인생을 걸고 계속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성격을 갖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과 합의가 됐다고 해서 고민이 딱 끝나지는 않아요.
이거거든요. 동거인을 보면 아이 없이 사는 삶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고 수용하는데, 나만 계속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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