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늙을까
어떻게 늙을까 | 다이애너 애실 | 노상미 옮김 | 뮤진트리 | 2016
내 기분이 어땠냐고? 샴쌍둥이 같았다.
하나는 어머니가 절대 죽지 않기를 원하고
다른 하나는 다시 살아나면
그 무서운 고통을 견딜 것을,
갈수록 무력해질 것을,
그래서 내 일을 포기하고 항상 어머니 곁에 있지 못한 나의 죄책감도 커질 것을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p.44
내가 느끼기에 병원의 진짜 문제점 하나는, 그곳이 간호를 더 잘하기 때문에 죽으려는 순간 다시 삶 쪽으로 끌려올 가능성이 많아 '시설'에 있을 때보다 더 오랫동안 비참함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p.102
(젊은이들이) 그냥 곁에 있기만 해도 노년의 유쾌하지 못한 면들이 중화된다. 우리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우리 자신의 경계 안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기 때문에 모든 게 나빠질 거라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귀는 더 안 들리고, 눈은 더 침침해지고, 식욕도 갈수록 줄어드는데, 아프기는 더 많이 아프고, 친구들은 떠나고, 나도 곧 죽게 될 것이고... 그러니 당연히 남은 인생 전반을 비관하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사는 게 매우 지루해지고 그렇잖아도 쓸쓸한 말년이 더욱 쓸쓸해진다. p.109
나는 그를 위한 일들을 하거나 그를 걱정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당혹스럽긴 했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당혹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얼핏 느낀 감정이었을 뿐,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할 일은 해야 한다고, 그게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했다. p.154
활력이 넘친다는 건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특성이다. 갈수록 기운이 달리는 건 노년의 가장 지겨운 현상 중 하나인데, 가끔은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싶은 때가 있지만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그저 뒤로 물러나 일을 덜 해야 한다. 아니, 무슨 일을 하건 예전보다 더 자주 쉬어야 한다. p.162
"당신 자신의 아이나 손주가 없는 게 정말로 아쉽진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쉽긴요, 정말이에요"라는 대답이 나온다. 요즘 내가 보게 되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유망해 보이는 건 내가 그 아이들의 생활에 깊이 개입해 골치 썩을 일이 없고 또 그럴 수도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서다. p.205
많은 것들이 유전적으로 주어지는데, 모든 행운 가운데 가장 최고의 행운은 타고난 회복력이다. p.212
여기까지 와 되돌아보니 인간의 삶이란 우주적 견지에서 보면 눈 한번 깜빡이는 것보다 짧아도 그 자체로 보면 놀랍도록 넉넉해 서로 대립되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고요함과 소란스러움, 비탄과 행복, 냉담과 따스함, 거머쥠과 베풂이 모두 담길 수 있다.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