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말하는 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상대가 나의 부족함으로 나를 판단하지 않는 사람인지 확신이 없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p.36


약자가 폭력적인 사회에 맞서서 애써 자존감을 지키려 할 때 '그거 정신승리 아니냐?'는 조롱이 따라붙는 걸 보면 자존감은 승리자만이 누릴 수 있는 전리품 같기도 하다. 개인의 존엄성과 다양한 가치를 그다지 존중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변해야 할 것은 개인의 자존감이 아니라 그 문화일 것이다. p.48


나는 완벽하지 않고, 내 선택도 완벽하지 않다. 다만 무엇이든 완성을 향해 반복하는 과정에서 완벽이 가능해질 뿐이다. 그러니, 다시 선택하고 행동하는 그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완벽한 나만의 방을 찾게 되겠지. p.108


부모와 자식은 사랑과 상처가 칡덩굴처럼 얽힌 사이다. 분명한 건 부모가 내게 가했던 언어적, 정서적, 물리적 폭력이 사랑으로 무마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참작될 수는 있다. 그러나 나를 키우고 돌봐주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학대와 폭력을 용서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건, 단지 부모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p.137~138


타인의 삶(그 대상이 자식이라 하더라도)에 대해 마음대로 기대했다가 마음대로 실망하는 것은 성숙한 어른의 태도가 아니다. 이래라저래라 마음대로 자식에게 요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p.138


때로 소소한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받는 것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 좋다. '우리 사이에 그런 게 굳이 필요해?'라는 이보다, 우리 사이니까,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더 해주고 싶은 거라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이를 곁에 두고 싶다. p.154


'실망'은 평가자의 언어죠. 저는 그 자체가 무례하다고 생각해요. <시즌2_84화_서밤> p.171


결혼할지 말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가 기혼인지 미혼인지 비혼인지도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결혼을 했다고 해서 그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정상가족'을 이루지 않은/못한 이들을 보고도 못 본 척한다. p.174


'그래도 희망은 있어'라는 말에 실소를 터뜨리는 사람과 목이 메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후자이고 싶다. 세상의 폭력과 부조리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가장 끈질기게 붙잡고 있어야 하는 건 희망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눈앞의 현실이 말도 안 되고 개같아도, 분명 조금씩 변화하는 것들을 분명하게 떠올려야 한다.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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