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들
산 자들 | 장강명 | 민음사 | 2019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잖아."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 거 아니지. 그런데 그때는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p.63
"그거 정말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무의미하고 수치스러워. 몸도 마음도 감금된 기분이지. 화장실에 갔는데 줄을 서야 하면 '준수 사항'을 어기게 되지 않을까 겁이 나. 그런 자신을 자각할수록 스스로가 더 한심하게 느껴져. 삶의 의미를 박탈하고, 자존감을 깎고, 사회에서 격리하는 벌이야." p.66
"경력이 없으면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못 하니 경력을 못 쌓고, 이 고리를 어떻게 깨야겠어요? 낮은 데서 시작해야지." p.205~206
신은 자신이 어떤 역할극을 수행하는 중이고, 그 자리에서 너무 순도 높은 진실은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p.267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돼서 수입이 줄어들 때 음악하시는 분들은 충격이 컸겠네요."
"그렇지도 않았어요. 그 전에도 버는 돈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폐허 위에 폭탄이 터져 봤자 폐허잖아요. 음원 다운로드로 한 달에 10만 원 벌다가 스트리밍으로 2만 원 벌게 되면 벌이가 8만 원 줄었다고 느끼지, 수입이 80퍼센트 감소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죠. 1억 벌던 분 연봉 200만 원으로 주는 거랑은 다르죠. 그래서 그렇게 다들 별 저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언제 배부른 적 있었느냐 하면서. p.306
강연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내용이 아님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들은 콘텐츠가 아니라 아우라를 원한다. TV에 나오는 유명인을 직접 만난다는 경험은 콘텐츠보다 더 큰 주관적 효용을 주며, 공급량이 적고, 복사나 전송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책보다 강연에 더 큰 금액을 지불하는 것 역시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합리적인 소비였다. p.314
"가 보면 엄청 열광적이야. 우리가 노래하면 밑에서 살마들이 환장하면서 좋아해. 글너데 다음 달에 CD가 한 장이라도 더 팔리느냐 하면 아니더라고. 거기 온 사람들 대부분은 음악을 들으러 온 게 아니야. 그냥 록 페스티벌에 있는 자기 자신이 좋아서 오는 거야. 온 김에 셀카도 몇 장 건지고 SNS에서 자랑도 하고. 여행 상품 같은 거야." p.320
그것은 사람의 잠재력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대부분 옳고 그름을 분간하고, 그른 것을 옳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능력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p.378